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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수상작

  • 에세이

    [서울위드유상] 저랑 같이 가실래요?

    2021-10-20

  •  

    2021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서울위드유상 수상작 

    <저랑 같이 가실래요?> 미아


    "만약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우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안다."

     

    ※ 본 콘텐츠는 위드유센터와 정켈 작가가

    에세이 원문을 각색·제작한 수상작 시리즈 웹툰입니다.

     

    2021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저랑 같이 가실래요? – 미아. 서울특별시.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말풍선1(저랑 같이 가실래요?) 말풍선2(오늘 집에 갈 때요.) 말을 걸어온 사람은 나보다 서너 살 어린 동료 교사였다.


    나는 학원에서 중학생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2년 정도 근무하는 동안, 동료 선생님이 함께 퇴근하자고 말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말풍선1(네, 같이 가요.) 그렇게 우리는 종종 퇴근길을 함께 하게 되었다.


    네 번째 동행길, 우리가 가르치는 중학생 남자애들에게서 나오는 온갖 여성혐오적 표현들로 화제가 튀었다. 나는 그날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수업에 들어갔다가, 한 학생에게 선생님 김치녀냐는 소리를 듣고 기가 차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머뭇거리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말풍선1(선생님, 저는 아이들보다도, 그,) 말풍선2(원장님이 자꾸… 저한테 그런 짓을 하는데요.)


    말풍선1(CCTV 없는 곳에서 다리나 그런 부위를 자꾸 만져요.) 말풍선2(그래서 혹시 선생님은, 저보다 더 오래 일하셨는데 그런 일이 없으셨나 하고.) …순간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그 선생님이 당한 일 자체가 놀라워서가 아니었다. 1년 전, 바로 내가 당했던 일이라서.


    그리고 그 일을 한동안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어떻게 된 건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냈던 나 자신에 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말풍선1(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인데.) 말풍선2(지금 선생님이 사라지면 안 되는데…) 말풍선3(잊어버리자.) 말풍선4(잊어버리자…….) 가슴이 꽉 막혀왔다.


    나는 그 일이 벌어졌을 때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했다. 말풍선1(혹시 내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했었나?) 그런데 그녀는 그런 생각보다는 피해자가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나와 함께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녀가 먼저 나와 연대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나를 치유해주고, 사건에 뛰어들 용기를 주었다. 우리는 학원장을 고소했고,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건 20대가 되고 나서 겪어온 여러 성폭력 경험 중 처음으로 해본 진짜 대응이었다.


    만약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우리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안다. 그녀에게 배운 그대로, 말풍선1(저랑 같이 가실래요?) 서울특별시.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2021년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웹툰은
    11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 수요일
    위드유 센터 인스타그램에서 릴레이 연재됩니다.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 에세이 웹툰 및 에세이집 저작권은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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