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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수상작

  • 에세이

    [위드유상] 내 몸 사용설명서

    2022-10-14

  •  

    2022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위드유상 수상작 

    <내 몸 사용설명서> 익명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죠!"

     

    ※ 본 콘텐츠는 위드유센터와 정켈 작가가

    에세이 원문을 각색·제작한 수상작 시리즈 웹툰입니다.

     

    서울특별시.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그 일은 불쾌감을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시작됐다. H부장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갑자기 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주무르는 시늉을 했다. 말풍선1(XX씨는 덩치가 참 좋아~?) 젖소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2022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내 몸 사용설명서-익명


    H 부장은 팀 회식 자리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내 가슴을 주물렀다. 다른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내 가슴을 만졌다. 말풍선1(남자면서 가슴이 꼭 여자처럼 풍만해~) 말풍선2(어? 저도 만져 볼래요.) 말풍선3(진짜네~) 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지만,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회식 자리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 사라질 틈도 없이, 말풍선1(오~ 반갑다) 바로 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말풍선2(가슴 좀 만져보자.) 꽤 오랜 기간 여러 차례에 걸쳐 난 그들에게 젖소가 됐다.


    나는 인터넷 검색창에서 여유증에 대해 검색을 해 보고, 수술 방법과 후기를 찾아봤다. 가슴을 압박시켜주는 남성용 보정속옷도 구매했다. 당시 나에게 정작 필요한 노력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는데, 그땐 그걸 몰랐다.


    전체 회의가 있던 날, 평소 나를 아껴주던 K선배가 잠시 이야기할 사안이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말풍선1(H부장과 J직원이 ㅇㅇ씨 가슴을 주무르면서 장난치고 있는 장면을 봤습니다.) 말풍선2이거 성희롱 아닌가요?)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말풍선1(k 씨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남자들끼리는 친해지면 원래 그러고 놀아요.) 말풍선2(제가 아는 남자들은 그러고 안 놀아요. 그런 행동이 성희롱인 거, 모르세요?) 부끄럽고 창피했다.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그때 H 부장이 내게 물었다. 말풍선1(너, 이거 불쾌했어? 이게 성희롱이야?) 말풍선2(아뇨. 장난인 걸 아니까,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또 한 번 바보처럼 굴고 말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K 선배의 눈빛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날 이후 젖소의 시간은 멈췄고, K선배와는 회사를 관두는 날까지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이후, 이 일을 극복하기 위해 동네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면서 젖소의 시간을 얘기해 본 적이 있다. 말풍선1(동성끼리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건 분명한 잘못이죠!) 트레이너의 그 말이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나는 누가 내 몸을 만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말풍선1(그렇지. 남자든 여자든, 내 몸을 함부로 대하는 건 잘못이지...) 내 몸 사용법도 모른 채 어리석은 방법으로 젖소의 시간을 견디려고 했던 그때로 돌아가서,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2022년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웹툰은
    위드유 센터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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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세이 웹툰 및 에세이집 저작권은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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