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동향
2022-05-31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 이슈동향 [전문가 칼럼]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위반 시정제도 살펴보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를 위한 노동위원회 시정제도
사례1) 회사에 성희롱을 신고한 후 관련 절차를 통해 성희롱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회사에 근무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무 조치도 해주지 않습니다.
사례2)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자 회사 사람들은 제가 가해자의 경력을 망쳤다며 저를 비난하고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저를 그동안 제가 담당했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전보해 버렸습니다.
일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요청하면 사업주는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해야 합니다(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4항 제14조의2 제1항). 또한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해고, 징계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해서도 안 됩니다(동법 제14조 제6항, 제14조의2 제2항).
그런데 사업주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위 사례들처럼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그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희롱 이후 일터에서 발생하는 후속 피해는 성희롱에 동반되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희롱 못지않게 중요하거나 노동권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남녀고용평등법은 피해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의 위 의무위반으로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는 수단은 명시하고 있지 않아, 정작 피해자는 의무위반의 시정이나 그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기 어려웠습니다. 피해자는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별도의 구제방법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이어지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사업주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소극적인 보호에서 더 나아가 피해자가 사업주의 의무위반 행위를 적극적으로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 2022년 5월 19일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위반을 시정하는 노동위원회 시정제도(이하 ‘시정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이 시정제도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을 경우, 해당 처우 등의 중지, 근로조건의 개선, 적절한 배상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하게 함으로써 사업주의 의무위반 행위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여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예컨대 위 사례1처럼 사업주가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노동위원회 시정제도를 통해 사업주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게 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게 할 수 있고, 사례2처럼 사업주가 성희롱 피해자를 부당하게 전보조치하여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면, 전보조치를 중단하게 하거나, 해당 전보조치로 인해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실질적으로 시정, 개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노동위원회 시정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위원회 시정제도 주요 내용
시정신청 대상 및 신청 기간
△ 직장 내 성희롱이 확인된 후, 피해자가 요청하였는데도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 고객 등 업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여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고충해소를 요청하였는데도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위 의무위반 사항을 시정해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동법 제26조 제1항).
시정신청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 등 의무위반이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다만 불리한 처우 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그 종료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26조 제1항). 노동위원회 시정제도 관련 개정법 시행일이 2022년 5월 19일이므로 그 이후에 발생한 행위가 시정신청 대상이나, 법 시행일 전에 발생한 행위가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면 시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시정신청 방법
시정신청을 하려는 근로자는 신청서를 작성하여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때 사업주의 의무위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녹음, 문자메시지, 이메일, SNS, 일기, 인사명령 자료, 목격자의 진술 등을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사업주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여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악화되었다면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발급해두고, 그 외 다른 손해가 발생했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정절차
노동위원회는 시정신청이 접수되면 담당 조사관이 신청 내용을 조사하고, 이후 심문회의를 개최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시정명령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조사와 심문과정에서 불리한 처우 등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사업주가 입증해야 합니다. 한편, 노동위원회는 판정을 하기 전에 당사자 간 협의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조정이나 중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동법 제27조, 제28조).
의무위반 시 조치
노동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정하거나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해당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해야 합니다. 시정명령은 불리한 처우 등의 중지, 근로조건의 개선(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제도개선 명령 포함) 또는 적절한 배상 등의 조치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배상을 하도록 한 경우, 사업주의 의무위반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반복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29조).
시정명령이 확정되면 사업주는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업주에게 확정된 시정명령의 이행상황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신청을 한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를 신고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29조의4, 제39조 제1항).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사업주의 책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노동위원회 시정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피해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시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업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업주는 피해자 보호와 권리보장을 위한 자신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후속 피해 없이 인격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단호한 조치와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 노동위원회 시정제도가 사업주의 의무위반으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과 손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마련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