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절차
2021-08-06
Q. 성희롱으로 사내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자의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먼저 경찰에 신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사내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형법상의 강제추행 등에도 해당하는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형법상 강제추행 등으로 경찰서에 고소하는 것이고, 하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내 신고(또는 노동청 진정)를 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법률은 입법 목적이 다릅니다. 전자는 국가가 형벌권으로 가해를 직접 규율하는 것이고, 후자는 직장 내에서 사업주가 인사권으로 행위자를 제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쟁송 방식을 택할 것인가는 피해자의 의사에 달려있습니다. 둘 다 할 수도 있고, 둘 중 하나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경찰에 신고하여,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사내 신고 절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빠른 구제가 필요해서 일 것입니다. 또한 공간 분리 등을 통해 일터에서라도 행위자로부터 보호 받고, 앞으로 일어날 추가적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이 직장 내 성희롱을 규율하고 사업주에게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도 ‘직장 내’ 성희롱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필연적 특성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사는 ‘경찰의 결과에 맡기겠다.’라는 무책임한 판단을 절대 내려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경찰이라는 가법기관에서 형법상의 위법 행위를 조사·판단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판단은 형법상의 그것과는 달라야 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성희롱의 맥락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며, 형법으로는 규율하지 않는 시각적, 언어적 성희롱 또한 성희롱으로 규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회사는 경찰 고소 건과는 별개로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사업주 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경우, 외부 전문가, 전문기관 등에 해당 조사를 의뢰할 수 있으며 심의위원회(징계위원회, 인사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두는 것 등으로 부족한 처리 역량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신상아 사무국장